단상

강인한 시인의 율리율리

river lover 2009. 7. 9. 11:27

 

 

 

 

 

 

          율리 율리

           

          강인한

           

          어두워진 겨울의 차창에서

           

          불빛은 섬처럼 떠오르고 있었어.

           

          스물다섯 살 아무렇게나 깊어진

           

          내 청년의 골짜기

           

          빨간 루비의 꽃들은 흰 눈 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어, 율리.

           

          야간 버스의 흐려진 유리창에다

           

          나는 당신의 이름을 썼어.

           

          내 손끝에는 웬일로

           

          당신의 은백의 슬픔이 묻어나고

           

          긴 눈이 내리는 밤

           

          더운 차를 홀로 마실 적엔

           

          추녀 끝에 매달린 날카로운 고드름의 촉

           

          방울방울 맺히는 당신의 불면을

           

          나는 가만히 엿들었어.

           

          겨울 산에서 함께 돌아오던 날

           

          내 몸 속의 잔신경들이 풀어져

           

          흐르는 것을 보기도 하였지만

           

          눈 속엔 더욱 차고 말간

           

          환상의 꽃잎들이 흐르고 있었어.

           

          품어볼 어떤 야망도 없는 시대

           

          세상의 구석진 어느 곳에서는

           

          힘차게 힘차게 평화만이 무너지고 있는 때

           

          율리, 당신은 까만 외투 깃을 세우고

           

          찬바람 속에 웃으며

           

          겨울을 나야 하는 작은 새처럼 쓸쓸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말하여지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음악보다 낮게 당신은 글썽거렸어.

           

          문 닫힌 겨울 찻집 앞에서

           

          길길이 얼어붙은 분수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나는 깊어져버리고

           

          율리, 율리, 내 가슴 속으로는

           

          끝없는 눈다발이 펑펑 쏟아져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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