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4월30일 임진강에서 보내며 (아들생일) 2008.04.30
2008년 4월의 마지막 날 오라하지 않건만 마음만 처음 데이트하듯 가슴이 부풀어 임진강으로 출발합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와 37번 새로 만든 도로를 시원스레 달려서 적성의 화랑낚시에 들렀습니다. 덕이는 크기도 크고 좋은데 깻묵은 냄새도 별로 없고 가끔씩 곰팡이가 핀 깻묵 덩어리까지 보입니다. 현대낚시로 가려고 해도 몇Km 더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괸돌님표 깻묵은 아직도 유효한가요?) 우선 비룡대교 여울에 입수하여 줄을 흘렸지만 30여분이 지나도록 무소식 입니다. 비룡대교 여울 몇군데를 비집고 다녀도 어디 한군데 입질하는 곳이 없습니다. 바닥엔 이끼가 군데군데 제법 많이 보이고 어디선가 가축의 분뇨 냄새도 풍깁니다. 물도 아주 흐려서 급기야는 수장대를 뽑아 도깨비 여울로 향하였습니다. 그러나 도깨비 여울에는 우리의 자랑스런 국군 아저씨들께서 훈련중 이었습니다. 훈련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것 같아 차를 돌려 화이트교 여울로 갑니다. 처음 가본 도깨비 여울 이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화이트교 여울은 오늘도 도도하게 위용을 자랑하며 흐르고 있습니다. 서둘러 수장대를 박고 스침을 해보건만 여기도 역시 감감 합니다. 그래도 이끼도 없고 물빛이 깨끗하여 물속에 서 있는것이 마냥 즐겁습니다. 파라미라도 걸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 이었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울은 맑은 물소리를 내며 끝없이 흘러만 갑니다. 대략 30여분 줄을 흘리다가 소식이 없어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이끌리듯 여울 한가운데에서 줄을 흘리는데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옆으로 줄을 차고 나갑니다. 아뿔싸! 조금전 덕이를 끼우다 보니 바늘과 봉돌사이에 매듭이 두개나 있었는데 뭐가 걸리겠어? 하고 그냥 스침을 하였는데... 항상 방심하면 후회할 일이 생기는군요. 최대한 텐션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사~알살 줄을 감아 봅니다. 좀 차고 나가면 일부러 줄을 풀러 주고 한동안 실강이를 하면서 힘이 빠지길 기다려 2m앞 까지 왔을때 마지막 저항을 대비하며 조심조심 달래며 아가미에 손을 넣어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고인돌님처럼 뜰채를 가지고 다녀야하는데 그 간단한 뜰채도 챙기지 못하는 내가 매우 한심 스럽단 생각이 듭니다 더 바랄것도 없이 바로 밖으로 나와서 계측을 해보니 대략 48Cm정도가 되는군요 2008년도 첫 수확이 48Cm 누치이면 꽤 괜찮은 수확이라고 생각하며 내심 만족합니다 손경무님의 견지대와 함께 사진을 한장찍고 여울로 다시 돌려 보냅니다. 사실 손경무님은 제 견지 사부님이십니다. 가끔은 멋진 견지대도 선사 해주시는 훌륭한 싸부님 이신데 요즘은 엄청 바쁘신 관계로 여울에 서실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군요 내년쯤 멍짜가 되어서 다시 만나자. 좀 아팠겠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이제 다시 자유를 누리렴! 누치의 맑고 천진스러운 눈망울과 그모습이 더없이 정겹습니다. 돌아가다 말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듯 얕은 여울에서 가만이 있어서 다시 한장 찍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누치에게 고통을 줄여서 여울로 되돌려보내는 것이 누치를 위해서도, 다시 만날때 더욱 건강하고 힘센 손맛을 위해서도, 누치를 살살 다루며 아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은 누치를 너무 마구 다루시는 사진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이 있는 피조물을 아무렇게나 다루시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역시 얼마전 까지 누치를 마구 다루었기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언젠가 조행기를 올렸는데 그때 물속에서 계측하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산물님께서 댓글에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 물속에서 계측하심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산물님의 말씀에 저는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누치들에게도 생명의 가치가 있음을.... 언젠가 70Cm의 대멍짜 그분을 만나면 계측을 하려고 71Cm만 잘라서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아직 물골도 잘 모르며 스침도 잘 못하는 내게는 영원한 꿈이겠지요! 사실 저는 피라미나 마자 모래무지 같은 작은 물고기를 더 좋아 합니다. 와이프가 매운탕을 무지무지 좋아 하거든요. 작은 물고기를 낚다 보면 이렇게 커다란 누치를 만나는 행운도 누릴수 있어 견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립니다. 때론 나의 수전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고통을 받는 누치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글을 마칩니다. 2008.4.30 by isax
잘가라! 누치야!
지금 손에 들고 있는것은 71Cm의 자(尺)입니다
고인돌/김군학